9월 11일은 제39회 고연전이 펼쳐지는 날이었다. 이번 대회는 연세대 측에서 주최했으며, 주최학교가 아닌 타 학교의 이름을 먼저 부르는 전통에 따라 정식 명칭은 2009 정기 고연전으로 결정 됐다. 매년 개최되는 고연전은 경기에 스코어, 승패와는 관계없이 항상 학생들의 뜨거운 열기가 가득한 걸로 유명하다. 특히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심지어는 그 뒤에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양교 학생들의 응원전은 오히려 본 경기들보다 더 큰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번 고연전 역시 그 명성 그대로였으며, 대학의 젊은 열기를 한껏 느낄 수 있는 대회였다. 그러나 고연전 마지막 날 신촌에서 있었던 '기차놀이'에서는 그 젊은 열기의 안타까운 이면이 보이기도 했다.
넘치는 젊음의 패기와 박빙의 경기들
고연전의 스타트는 야구 경기가 끊었다. 학생들은 경기 시작 한 두 시간 전부터 경기가 열리는 잠실 종합운동장역으로 몰려들었다. 이내 파란색과 붉은색으로 가득 찬 잠실 야구장의 모습은 실로 장관 이었다. 오전 11시 잠실 운동장에서 개막된 야구 경기는 양교의 응원전만큼이나 박빙으로 진행되었다. 그리도 5회가 끝난 뒤 전광판에서 방송된 10분 영상제는 대학생다운 재치들로 가득찼다. 특히 연세대 방송국 YBS가 준비한 패러디 영상들은 재미와 고대 놀리기(?)라는 두 부문에서 객관적으로 더 우위에 있는 모습이었다. 고려대학교 방송국이 준비한 영상은 감동에 중점을 준 듯 했으나 현장의 뜨거운 열기를 살리는데는 실패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연세대 야구부는 10분 영상제에서의 우위를 이어가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8회말까지 4:3으로 앞서 승리를 눈 앞에 둔듯 싶었지만, 운명의 9회초 연이어 장타를 허용하면서 5:4로 역전을 허용하고 만 것이다. 연세대는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도 무기력하게 물러나면서 결국 고려대가 2009 정기 고연전에서 기선을 제압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같은 시각 잠실 실내 체육관에서 펼쳐지고 있었던 농구 경기에서는 연세대가 고려대를 압도하고 있었다. 연세대 학생들은 야구장에 남아있던 친구들로부터 전해진 야구부의 패배 소식에 잠시 실망하는 기색을 보였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활기를 되찾고 응원단장의 주도아래 농구부에게 열광적인 응원을 보냈다. 고려대 학생들은 야구부의 승리소식에 더욱 기운을 얻어 더욱 열띤 응원으로 연세대의 응원에 맞섰다.
경기 도중에 양교 응원단장은 서로 자리를 바꿔 상대학교의 학생들의 응원을 주도하기도 했다. 먼저 고려대학교 응원단장이 연세대 응원석을 찾았고, 그의 주도하에 연세대 학생들은 고려대학교의 대표적 응원곡인 '민족의 아리아'를 선창했다. 그리고 뒤이어 고려대학교 응원석을 찾은 연세대학교 응원단장의 주도하에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연세대의 대표적 응원곡 '사랑한다 연세'로 답했다. 서로의 응원곡을 바꿔 부르는 모습은 꽤나 이색적이었으며, 고연전이 단순히 승리를 위해 싸우는 대회가 아닌 양교의 발전적 관계와 친목을 위한 목적이 있는 자리임을 확인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결국 경기는 74:58로 연세대학교 농구부의 승리로 끝이 났다. 특히 농구 경기에 경우 4연패 이후 5년만의 승리였기에 그 감회가 더욱 남달랐다. 2009 고연전 첫 승리에 연세대 학생들은 미친 듯이 환호했고, 경기가 끝난 뒤에도 그 열기는 좀처럼 식을 줄을 몰랐다. 연세대학교에 첫 승리를 안겨다 준 농구부 선수들은 응원석으로 올라와 자신들을 응원해준 학생들과 함께 응원곡을 열창하며 연세대학교 응원석의 분위기를 최고조로 이끌었다.
한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펼쳐졌던 아이스하키 경기는 연세대학교의 4:2의 승리로 끝이났으며, 연세대는 1998년부터의 아이스하키 무패행진을 계속해서 이어나가는데 성공했다.
고연전의 둘째날도 오전 11시에 시작됬다. 잠실 종합 운동장에 결집한 파란색과 붉은 색의 인파들은 둘로 나뉘어 대치했다. 전날 1승 2패로 뒤쳐져 실망할 법도 했던 고려대 학생들은 오늘만은 승리하겠다는 듯이 응원의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민족의 아리아'와 '사랑한다 연세' 등 계속해서 들려오는 양교의 응원곡들과 그에 맞춰 율동을 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실로 장관이었다. 마치 유럽의 축구 경기장에 온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물론 가본 적은 없지만.) 또한 경기장 곳곳에서 양교 출신 동문 분들도 재학생들 못지 않은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고연전 4번째 경기로 펼쳐진 럭비 경기는 경기 막판까지 18-11로 고려대의 승리가 유력했다. 하지만 고려대는 경기 종료 10여초를 남겨놓고 연세대에게 통한의 터치다운을 허용하면서 18-18로 동점인 채 경기가 끝나고 말았다. 다잡은 승리를 놓친 고려대 럭비부 선수들은 마치 경기에서 패하기라도 한 듯했다. 반면에 극적인 동점으로 경기를 마무리 지은 연세대 선수들은 밝은 표정으로 응원석으로 올라와 기쁨을 만끽했다.
럭비부의 무승부로 연세대는 연세대 축구부가 비기기만 해도 2009 정기 고연전 종합 우승을 이룰 수 있는 유리한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연세대 축구부는 전반초반 한골을 허용하며 경기를 어렵게 이끌어 갔다.
축구 경기가 시작 된지 얼마 되지 않아 갑자기 천둥 번개가 치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칠 줄 모르는 학생들의 응원은 빗줄기도 가로막을 수가 없었다. 마치 응원은 비를 맞으며 해야 제 맛이라는 듯이 오히려 그 열기는 더해갔다. 그리고 그 응원에 힘입어 선수들도 세찬 빗줄기로 인해 좋지 않은 경기 환경에서도 투지넘치는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연세대의 응원곡 '해야'의 주문이 통한 것일까 전반이 끝나고 후반이 시작될 때쯤이 되자 마치 거짓말처럼 하늘이 맑게 개었다. 하지만 연세대 축구부에게는 더욱 큰 먹구름이 드리웠다. 고려대에게 추가골을 허용하여 스코어가 2:0까지 벌어지게 된 것이다. 연세대는 곧바로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2:1로 쫓아갔지만 결국 두터운 고려대의 수비벽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러나 축구 경기가 패배로 끝났음에도 연세대 학생들은 상관없다는 듯이 고려 대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응원 뒤풀이를 이어갔다.
최종 성적 2승 1무 2패 무승부. 2009 정기 연고전 대회는 마치 짜고 치기라도 한듯(?) 사이 좋은 결과로 끝이 났다. 승자도 패자도 따로 없었다. 그저 경기를 즐기고 응원을 즐기고 젊음의 패기를 발산하는 데에 그 의의가 있었다.
기차놀이, 젊음에 열기의 아쉬운 이면
그리고 그 열기는 고스란히 신촌으로까지 이어졌다. 저녁이 되자 신촌에서 연세대, 고려대 학생들의 '기차 놀이'가 시작되었다. 학생들이 기차처럼 앞사람의 어깨를 잡고 일렬로 돌아다니며 주점이나 음식점 등에 공짜 술이나 음식 등을 얻는 놀이이다. 아무래도 그날 저녁 신촌은 양교 학생들의 응원 구호등과 기차 행렬로 인해 소란스럽고 복잡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신촌은 길바닥에 나뒹구는 쓰레기들로 가득하다. 그러다 보니 이 '기차 놀이'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기차 놀이를 하는 당사자들에겐 재밌는 추억이 될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일반 시민이나 상인들의 시선은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기차놀이의 민폐가 '자부심, 특권의식, 자유, 나눔'이라는 식으로 정당화 된다.", "다른 것은 제쳐두고라도 지하철에서의 소란만큼은 자제해줬으면 좋겠다." 등 각종 인터넷 게시판 등에도 이에 대한 불만섞인 의견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연세대 학생들 중 일부도 기차놀이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연세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M씨는 마지 못해 술과 음식을 내놓으시면서 표정관리하는 사장님의 모습을 보며 씁쓸했다며, 지역상가와 학생들은 동등한 관계이지 평소에 매출을 좀 올려준다고 해서 주인인양 행세해선 안된다고 일갈했다. 역시 같은 학교에 재학중인 1학년 A씨도 기차놀이가 재밌긴 했지만 솔직히 다른 시민들에게 피해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뒤에 남은 엄청난 양에 쓰레기들을 보며 걱정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이처럼 기차놀이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주변에서 쉽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었다. 물론 1년의 하루뿐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이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신촌 거리를 쓰레기장으로 만들어버린 행위에 대한 변명이 될 순 없다. 진정한 대학의 지성인이라면 자신이 한 행위에 책임을 져야한다. 다음 연고전부터라도 새벽에 학생들이 단체로 거리를 청소한다던가 하는 식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것만이 피해를 입은 시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될 수 있을 것이며, 연고전이 '그들만의 축제'라고 손가락질 받지 않고 지역 사회민들로부터도 사랑받고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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