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동네 빵집이 아닌, 파리바게뜨를 가는 이유


그래도 파리바게뜨가 믿을만하니까

낯선 곳에 여행을 가면 항상 먹는 게 걱정이다. 알아둔 맛집도 없고 선뜻 모르는 가게에 들어가기도 난감할 때, 나는 맥도날드를 간다. 아무리 여행지에서는 현지음식을 먹어야 한다지만 맛 없고 비싼음식을 사먹기는 싫은 뿐더러 도무지 위생상태를 믿을 수가 없다. 맥도날드는 세계 어딜 가나 비슷한 맛이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사랑받는다. 게다가 낙후된 지역이라면 맥도날드의 위생만큼 든든한 것이 없다. 이 논리는 빵집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나는 이름모를 동네 빵집보다 파리바게뜨를 간다. 파리바게뜨가 없으면 뚜레쥬르를 간다. 어느 지점이든 비슷한 수준의 조금 비싸다고는 하지만 믿을 수 있는 위생에 적당한 빵맛이다. 오히려 길에서 파는 1000원에 3개짜리 빵은 오히려 손대기 꺼려진다. ‘저렇게 싸면 무슨 재료를 쓴걸까, 싸니까 맛도 없겠지, 위생도 믿을 수 없어.’ 하면서 자연스럽게 파리바게트로 발걸음을 돌린다. 나같은 사람들 때문에 18000개가 넘던 동네 빵집은 4000개로 줄어들었는지도 모른다.

 



왜 동네빵집이 망할 수밖에 없는가

동네 빵집이 프랜차이즈 빵집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자본력을 앞세운 프렌차이즈 빵집은 인지도면에서 압도적이다. 티비광고는 물론이거니와 발렌타인 데이, 크리스마스 같은 날에는 수많은 이벤트로 고객을 끌어들인다. 가격도 프렌차이즈가 훨씬 유리하다. 공장에서 대량생산하는 방식은 빵의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추었고 고급스러운 이미지 효과로 빵 가격은 더 올려 받는다. 게다가 자본을 투자한 지속적인 연구로 새로운 빵이 끊임없이 출시되고 빵맛도 점점 좋아진다. 냉동생지를 가게에서 다시 굽는 방식이 그 예다. 누구나 쉽게 비슷한 맛의 빵을 팔 수 있게 된 것이다. 거의 모든 면에서 프렌차이즈 빵은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 동네빵집들은 급한데로 저가정책으로 대응했지만 대기업의 대량유통, 대량생산을 이길 수는 없었다.

현재 살아남은 동네빵집의 면모를 보면 저가전략을 펼친 빵집은 거의 없다. 지금 살아남은 빵집들은 프렌차이즈가 제공 할 수 없는 것을 서비스한다. 평범했던 빵집에서 프렌차이즈를 이겨낸 것으로 유명한 고재영 빵집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SNS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적극적으로 고객과 소통하되 고객이기 전에 친구의 관계를 맺는 경영철학을 보여주었다. 고재영 빵집의 전략은 별로 특별한 것이 아니다. 그저 동네빵집이 가진 인간적인 관계를 SNS로 확장 했을 뿐이다. 

이태원의 유명한 ‘오월의 종’ 빵집은 천연효모의 특별한 맛으로 승부했다. 홍대의 ‘폴 앤 폴리나’는 유럽풍의 색다른 빵을 판다. 자극적이고 보편적인 맛을 추구하는 프렌차이즈 빵집은 이런 동네빵집이 가진 개성적인 맛을 절대 따라올 수 없다.

 

진짜 동네빵집은 어디에

그동안 만 개가 넘는 동네 빵집이 문을 닫았다. 하지만 과연 사라진 그 빵집이 진짜 동네빵집일까. 그 동네사람이라면 모두가 다 아는 그 빵집. 구수한 빵 냄새나는 가게 앞을 오갈 때 반갑게 인사하고, 빵을 사면 넉넉하게 하나를 더 올려주던 그런 빵집. 이 집은 믿을 만하다며 이사 온 이웃에게 기꺼이 추천할만한 그런 빵집. 빵과 함께 추억을 나누어주던 인간적인 빵집이었는가. 빵을 사랑하고 더 맛있는 빵을 이웃에게 맛보여 주던 그런 주인장은 얼마나 있었는가. 맛있는 빵과 따뜻한 인심을 원하던 고객들이 발걸음을 돌리게 만든 주범은 동네빵집, 그들 자신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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